글쓴이 : 카피바라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안정한 회사 상황 때문이 가장 크다. 매각 위기에 처한 회사와 사람을 부품보다 못한 톱니바퀴처럼 여기는 경영진들의 마인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뉴스 기사를 통해 매각 소식을 듣고 있는 사원의 입장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아주 이른 시일 내에 끝날 수도 있는 시한부 직업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채울 수밖에. 특히, 세습 경영으로 물려받은 회장직을 기반으로, 자기 입맛대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윗분이 존재한다.
어디를 가나 비슷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돈에 이토록 인색한 회사도 별명답게 흔치 않을 것이다. 그나마 주변 동료들은 중후한 인품을 갖추신 분들이 많아 첫 회사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이튿날 추가된 소식, 결국 매각은 무산되었다고 한다… 하하. 심란하던 4개월은 허무하리만치 급히 종결되었다.)
두번째는, 직무 도메인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다. 대학 시절 전공은 ‘환경생태공학’으로 공부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쭉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분야 특성상 박사 혹은 유학의 길이 대부분이고, 그 이외에는 공무원 정도인, 좁은 진로의 폭을 가졌다. 결국은 나도 현실과 타협해 연관성은 있지만 취업이 더 수월한 분야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을 꾸역꾸역 해나간다는 기분은 늘상 있는 일이다.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더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미련 조각은 자연스럽게 회의감을 부추긴다.
만약에, 다시 환경 공부를 시작해서 직접 필드에 나가 탐구하고 다양한 지역 생태계를 돌아볼 수 있다면 어떨지 종종 상상하고는 한다. 물론, 지금 당장 퇴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러한 고민들이 쌓일수록 내 진로나 삶의 방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