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보더콜리

3~5년차 친구들은 셋 중 하나다. [일단 이 회사를 다닌다] 친구들이 있다. “일단” 이라는 말이 맨 앞에 붙은 이유는, 이직 혹은 퇴사의 옵션을 아예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가슴 한 켠에 이 회사가 어느 선을 넘으면 기꺼이 이 회사를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아직은 회사가 다닐 만 하거나, 이직 혹은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에 지금 여유가 많지 않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회사에 간다.

[다른 조직으로 간다] 친구들이 있다. 직무나 업계는 비슷한데 회사를 바꾸는 경우다. 사람이 안 맞아서, 업무 영역을 바꾸고 싶어서, 더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로 가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현재 커리어를 더 깊고 넓게 심화해가는 과정이다. 일종의 종적, 횡적 확장이랄까. 이 친구들이 10년, 20년 뒤에는 그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할 거라고 기대한다.

[다른 일을 하러 간다] 친구들도 있다. 안경사로 일하던 친구는 어릴 적 꿈이었던 미술을 꺼내들며 영상 제작자로서 커리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비영리 쪽에서 일하다가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친구도 있다.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한국어 교사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친구도 있다. 주변에서 “어쩌다가 이런 길을 가려고? 지금까지 한 게 아깝지 않아?” 라고들 걱정한다. 한편, 앞으로의 미래와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친구들을 볼 때 알 수 없는 묘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그녀밖에 해본 적 없는 경험들이, 얼마나 그녀를 대체 불가한 사람으로 만들까.

일을 그만하고 싶은 이유? 인생의 초입인 경력 3~5년차는 아직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 내 커리어, 내 꿈, 내가 살아갈 미래를 두고 본다. 한편, 선배들이랑 나눈 대화는 이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갈 버릴 거라는 걸 알려준다. 결혼과 육아, 그 결실로 맺어진 새로운 관계, 거기서 뻗어나온 다양한 가지들이 내 의사결정을 더 복잡하고 촘촘하게 얽어둔다는 것을. 선배들이 말한다. “지금 해보고 싶은 걸 해봐요. 그래야 나중에 나 스스로에게 후회가 없어요. 지금 그 나이가 부러워요. 그때로 돌아가면 전 조금 더 도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