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너구리

먼저 아직 20대를 온전히 살아내는 중이기 때문에 만족한 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족들과 1:1 데이트를 해본 적 있는가? 어색해도 부모님과는 할 수 있겠지만 형제, 자매랑 데이트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부터 소름이 끼쳐온다. 데이트라고 뭐 별 거 있겠나. 같이 밥 먹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주말이면 조조영화를 보는 게 정기 이벤트였다. 당시 조조영화는 1인당 4천 원이라 부담 없는 비용으로 4인 가족이 즐길 수 있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달달한 로맨스파인 엄마와 정반대인 강렬한 액션파 아빠와 함께 영화를 봤다. 캠핑 마니아 엄마를 따라 강원도로 캠핑을 떠났다. 처음엔 삼시세끼 요리를 하고 자연을 즐기기에 바빴다. 캠핑이 자연스러워질 때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엄마한테만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겼다. 조카를 재우기 위해 오빠랑 드라이브를 종종 한다. 나보다 조금 일찍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른인 척 조언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같은 유년기를 공유하는 사람이 해주는 몇 년 앞선 이야기가 공감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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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의도치 않게 가족들과 데이트를 할 때마다 다 함께 있을 때와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취향을 아는 것을 넘어 가치관과 생각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어 노력해야 한다. 늘 곁에 있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하는 이야기는 전부 고지식한 잔소리로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와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신기하게도 가족 모두가 함께 있을 때는 듣기 싫은 잔소리가 진득하게 앉아 마주 보고 커피를 홀짝거리며 나누는 대화에서는 애정 표현으로 바뀐다. 같은 가족이라도 가끔은 내 생각과 맞지 않아 답답한 이야기를 하면 당장이라도 박차고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참을 인을 3번 쓰며 자리를 지키다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사회생활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예나 지금이나 어른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