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미묘한 관계 (대학원생이란)

완전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보라는 시기가 왔다. 대학교 전공으로 먹고 살기에는 학사 학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환경과 사회, 생명공학.. 관심있는 것들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연구 기관에서의 인턴 중 시작된 의구심과 ‘죽는 것도 아니면 한번 해봐’ 하는 투지가 맞물렸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우연의 합으로 인해, 생경한 공간에서 석사 생활을 시작했다.

지도교수님과 학위 과정생의 관계는 참으로 모호한 관계였다. 그의 학제적 총명함에 경탄하는 날들도 있었으나, 그의 말 한마디에 나의 하루가 무너질 것만 같았다. 스승과 끝없는 공부의 과정이기도 했고, 절대권력에 굴복하는 삶이기도 했다.웹툰 “대학원 탈출일지”는 차마 보지도 못하겠더라.

석사 생활을 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으로 인한 압박감과 끊임없는 균열 및 정체 속에서 버텼다. 나는 항상 부족했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고, 쉬는 것에는 죄책감을 느꼈다. 모든 것이 불안하던 시기, 그 속에서 나는 매일 하루하루 가슴 떨리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향성을 지시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나아가야 하는 길로 한 발걸음 내딛는 것이 얼마나 버겁던지. 나를 잊지 않기 위해 하루를 쪼개고 쪼갰다. 결국에는 온전히 학위를 마쳤으니, 그 기묘한 관계에서 어쩌면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선택하는 길이 지금은 비록 다소 불투명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마음이 시키는 일을 따라 한 그 선택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었노라 느끼는 때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