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카피바라
후회할 일은 잘 만들지 않는 편이다. 신중과 과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왔다. 늘 뭐 하나를 하자면 수만 가지 고민을 다 하는 사람이지만, 결국은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면 하자’**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후회하는 일들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것들. 그렇게 말하지 말걸, 투덜대지 말고, 다정할걸, 더 자주 찾아뵐 걸… 그런 것들이다.
그럼에도 20대의 내 행동을 꼭 하나 말린다면 꼽을 만한 것이 떠올랐다. 2016년쯤, 주변에는 의전원이니 치전원이니, 통칭 ‘-EET’로 끝나는 시험들을 준비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특히나, 시험이 사라진다고 하니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 끝자락이었다.
약사에 대한 갈망이 있던 것도 아니면서 막연하게 학원에 등록했다. 반년은 학교와 시험공부를 병행했고, 2년은 휴학을 하고 고시원에 살며 학원에 다녔다. 수험생 중 어린 편에 속했고, 회사에 다니다가 온 언니 오빠들도 함께 수업을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간절한지 은연중에는 알았지만, 뼛속까지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지 않았던 나는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엄마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시작했으면 죽기 살기로 공부했었어야지. 더 치열했어야지. 시험공부를 했던 2년 반의 시간은 별로 아깝지 않지만, 간절함이 없으니, 성과를 내긴 어려웠다.
21살의 나는 직업을 결정한다는 것과 그 위에 얹힌 무게의 의미를 잘 몰랐고, 어쭙잖은 마음으로는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그래, 그런 미적지근한 태도로 임했던 것을 가장 후회한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지긋지긋할 만큼 최선의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