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너구리

우리는 Work–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정시 퇴근을 하기 위해 근무 시간에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퇴근 후에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는 심장을 롤러코스터 타게 만든다. 사무직과 달리 치과위생사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을 지킬 수 있는 직업이다. 근무 시간 외에는 치과 진료를 보고 싶어도 기구가 없어서 볼 수 없다. 환자들이 치과위생사의 개인 전화번호를 몰라서 전화를 받을 일도 없다. 대부분 치과 의원은 토요일에 오전 근무를 하지만 평일에 1일 쉴 수 있기 때문에 4.5일 근무를 한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부터 지금까지 워라밸이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 부동의 1위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혀있다. 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유치원에 다닐 때 아버지는 영업직에서 주 6일 일하셨다. 토요일 퇴근하면 피곤한 기색 없이 매주 가족 여행을 다니며 자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평일 저녁엔 하루 종일 육아에 지쳤을 엄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 외식도 자주 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덕분에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와 데이트를 자주 다녔다. 워라밸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키려고 노력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가족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라게 됐다.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은 매주 쉬는 날이 랜덤으로 바뀐다. 정확히는 공정하게 모든 직원이 가위바위보로 쉬는 날을 정한다. 운이 좋으면 토요일 점심쯤에 퇴근하고 하루 연차를 내서 화요일까지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연차를 하루만 쓰고 다녀오는 3박4일의 여행이다. 멀리 미국, 유럽은 못 가지만 3박4일이면 대만, 일본은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다. 야간 진료가 있는 날의 다음 날은 월요일 다음으로 인기 있는 쉬는 날이다. 장장 12시간 근무 끝에 만나는 하루의 휴식은 공복에 먹는 초콜릿보다 더 달콤하다. 평일에 쉬는 날이면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웨이팅 필수인 맛집을 웨이팅없이 즐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을 선택해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이렇듯 평일에 하루 쉬고 토요일 오전만 일하며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치과위생사의 최고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