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보더콜리

https://www.youtube.com/watch?si=JOsBPC7v91jFMS67&v=tfMidrqN6KY&feature=youtu.be

새해 첫 날 가장 먼저 할 일은 플레이리스트 새로 파기다. 유튜브 뮤직에는 2021, 2022, 2023, 2024, 2025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곡, 플레이리스트 채널에서 듣던 곡, 친구들과 밥 먹다가 가게에서 들린 곡, 지인이 정말 좋다며 꼭 들어보라고 보내준 곡, 이렇게 하나씩 플레이리스트 진입 후보자를 모은다. 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다음 그 해의 플레이리스트에 넣을지 결정한다.

가사가 좋으면 합격이다. 텍스트로서 가사가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공감할 만한 가사인지, 그 가사랑 가수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울림이 있는지, 가사가 있어야 이 멜로디가 완성되는지(inst가 있다면 그것도 들어본다)를 한 곡을 충분히 들으면서 생각한다.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말들, 어떤 감정도 불러내지 못하는 문장들? 아쉽게도 올해의 플레이리스트에 선정되지 못하셨습니다. 이만 돌아가주세요.

까다로운 심사를 뚫어낸 곡들은 계속 듣는다. 하지만 이 선정된 곡들도 무드가 다 다르다. 햇빛이 나른할 때 생각나는 노래, 비가 무겁게 내리는 때 듣고 싶은 노래, 운동할 때 듣고 싶은 노래, 공부할 때 찾게 되는 노래. 이 잡다한 기분을 맞추는 데는 그 해의 플레이리스트만한 게 없다. 그 안엔 반드시 하나라도 이 무드를 맞출 곡이 있다.

Birds of a feather는 모든 날에 찾는 노래다. 빌리 아일리쉬가 “I want you to stay”(난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시작하는 노래다. 제목만큼이나 첫 가사에 크게 휘둘리는 나는 이 첫 문장을 듣자마자 매료됐다. 이 과감한 문장을 본인 목소리만 잘 들릴 정도로 작고 단순한 멜로디에 내던지다니! 요즘 자기애, 자신감, 자존감을 키워드로 하는 노래가 많다. 그 사이에서 난 당신이 있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더 마음이 갔다. 아무리 내가 좋아도 누군가가 필요한 날이 더 많으니까.

아직 충격이 안 가셨는데 후렴구가 시작된다. “Birds of a feather, we should stick together, I know(‘til the day that I die)” 영어 속담에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말이다. 즉, 후렴은 우린 비슷한 사람들이고,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 말에 이 노래가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2025년, 30살을 목전에 둔 나는 입버릇처럼 외친다. 유유상종, 삼삼오오, 근주자적, 근묵자흑. 지금까지 살아보니 끼리끼리 다니는 데 다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던 말들, “걔 친구는 어떻대?”, “부모님은 뭐하신대?”, “그 친구 어디 다녀?” 이런 말이 왠지 모르게 차츰 납득됐다. 시간, 공간, 관심사, 노력, 취향 등 이 복잡한 걸 다 하나하나 묻기보다 이 질문들이면 조금 쉽고 빠르게 알 수 있었다. 무조건 일반화하기는 나쁘지만, 분류는 우리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순기능도 있다.

올해는 같이 비행할 사람을 찾고 싶었다. 비행(飛行, 공중으로 날아가거나 날아다님)해서 드넓은 세상을 함께 탐험할 사람. 때로는 비행(非行,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으로 밑바닥으로 꼬꾸라져도 손을 내밀어줄 사람. Birds of a feather 노래는 말한다. 난 네가 필요해. 계속. 이 노래에 우린 분명 편안해진다. 서로가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는 3분 30초를 보내보길.

추신. 원곡이 충분히 좋지만, 멜로디 없이 빌리 아일리시 목소리만 울리는 버전으로 이 노래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